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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녀(her), 나도 서맨다가 있었으면 좋겠다

by 루인83 2022.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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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주인공 테오가 혼자 테라스에서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영화의 배경이 2025년인데 얼마 안남았네요...

나도 서맨다가 있었으면 좋겠다

영화는 매우 감각적이고 현대인들의 가까운 미래를 너무나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히려 영화가 만들어진 10년 전보다 더 공감하면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주인공인 시어도어(이하 테오)는 '아름다운 손편지 닷컴'에서 편지를 대필해주는 일을 합니다. 테오에게 도착하는 이메일과 기사를 대신 읽어주는 건조하다 못해 삭막한 AI의 목소리와 대비되듯 테오의 손편지는 너무나 따뜻합니다. 현재 이혼 수속 중이지만 아직 전부인에 대한 감정이 정리되지는 않았습니다. (현재 부인인 루니 마라가 전부인으로 나오는데 그래서인지 과거 장면의 두 사람의 모습이 너무 잘 어울리네요.) 그러던 중 세계 최초 인공지능 운영체제, OS1을 구매하게 되고, 잠깐이지만 (그가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AI가 포착한) 테오의 요구사항에 맞춰 서맨다라는 운영체제를 만나게 됩니다. 건조하다 못해 삭막하던 AI목소리 대신 스칼렛 요한슨이 대신 읽어주는 이메일은 하루 종일 들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든 말을 터놓고 싶었던 테오는 나의 일을 도와주고 나를 알아주는 서맨다에게 푹 빠지게 됩니다. 또한 그녀와의 소통으로 스스로의 문제가 무엇인지도 깨닫게 됩니다. 상대방과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대로를 받아들여주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만큼 사랑은 어렵고 우리 모두는 매우 서툴죠. 서맨다가 테오에게 남긴 것은 바로 그 서툼을 인정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우린 잠시 여기에 머무는 것뿐이고, 머무는 동안 단지 즐겁게 살고 싶을 뿐이라는 에이미의 말처럼 말입니다.

외로움을 받아들이다

이 영화의 전반적인 톤엔 외로움이 짙게 깔려 있습니다. 그 외로움 때문에 사랑을 끝내지도 시작하지도 못하는 주인공은 우울함 속에 살고 있습니다. 단지 영화 초반부엔 삭막한 외로움이었다면 주인공이 스스로의 외로움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그 외로움을 음미하는 것이 변화된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3년이나 사귀었지만 전혀 소통이 안 되는 남자 친구와 헤어진 에이미는 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었습니다. 사랑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서로를 자유롭게 하지 않는 관계는 결국 서로를 더 외롭게 할 뿐인 거죠. 외로움은 과연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외로움은 상대적인 것일까요 아니면 절대적인 것일까요. 사랑이란 이유로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결국 스스로를 외롭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테오가 진심으로 행복했던 시간들은 모두 서맨다와 진심으로 소통하며 서로를 알아봐 주고 일상을 나누는 순간이었다는 걸 영화를 돌아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깨달은 테오는 마지막으로 전부인에게 그의 진심을 보내며 스스로를 진정으로 자유롭게 합니다. 

사랑해요 호아킨 피닉스

이 영화가 매니아층에서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너무나 평범한 테오에 우리 모두가 감정 이입할 수 있었던 건 그의 아슬아슬한 감정연기였습니다. 길을 가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그의 표정과 타인과 함께 있을 때의 무미건조함, 소개팅한 여자가 진지한 만남을 요구할 때 당황하던 그의 표정 그리고 전부인에게 팩트를 듣고 에이미에게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으며 울음을 삼키던 그의 연기는 가만히 나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그런 테오에게 사랑을 깨닫게 해 준 서맨다,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 연기 또한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원래 다른 배우였다가 후에 바뀌었다고 하던데 바꾸신 분 신의 한 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스칼렛 요한슨이어서 영화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고, 호아킨 피닉스와의 연기 앙상블 또한 너무 좋았습니다. 호아킨 피닉스의 작품 중 조커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 만약 테오가 서맨다를 만나지 못하고 에이미도 없었다면 그렇게 계속 외롭게 살다가 조커가 되어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니, 테오에게 서맨다가 잠시나마 곁에 있어줘서, 그리고 힘들 때 에이미가 위로해줘서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인의 감정을 가장 솔직하게 표현한 사람으로부터 위로를 받았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일 것 같습니다. 각설하고 호아킨 피닉스의 다음 작품이 뭘지 기대가 됩니다. '그녀'와 '조커'를 뛰어넘는 멋진 연기로 돌아와 주길 바라며 이번 리뷰는 여기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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