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정말 끔찍하지 않나요? 잠을 같이 자는 게 어때요?
루이스의 집 앞에서 들어가기를 망설이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용기를 내어 루이스의 문을 두드린 그녀는 루이스의 오래된 이웃 에디였습니다. 오래되었지만 잘은 모르는 그런 이웃이죠. 에디의 갑작스러운 방문이 놀라운 루이스는 더 놀라운 제안을 받게 됩니다. 괜찮다면 같이 잠을 자는 게 어떻냐고요. 에디는 외롭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며 이 제안이 육체적인 잠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그저 누군가와 잠들 때까지 얘기나 나누며 잠들고 싶을 뿐이라고 합니다. 그녀와 같은 밤을 견뎌내던 루이스는 이내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처음엔 사람들의 눈이 두려웠던 그는 뒷문으로 그녀의 집에 방문하지만,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의 눈을 신경 쓰며 살고 싶지 않다는 그녀의 단호함에 이후 현관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그저 맥주 한 잔에 소소한 인생 얘기를 나누며 침대를 공유하는 그들은 마치 오래된 친구같이 편안해 보입니다. 루이스가 젊었을 때 인디언 혈통의 유부녀였던 태머라와 바람이 났었던 적이 있었는데 2주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고 밝힙니다. 그녀의 딸과 함께 밥을 먹는데 내 딸은 아빠 없이 자라고 있다는 생각에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었다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그때 상처를 준 태머라에게 미안하다며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것은 아니었을지 후회가 된다고 깊은 얘기를 에디와 나누게 됩니다. 에디 또한 딸을 사고로 잃은 이후 모든 것이 멈췄고 그 일로 인해 힘들었던 속내를 고백합니다. 그러던 중 에디의 아들이 부인과 불화를 겪으며 아들을 에디에게 맡기고, 에디와 루이스는 상처받은 손자 제이미를 돌보며 서로에게 더욱 필요한 존재가 됩니다. 하지만 어렸을 적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한 트라우마가 있는 아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에디는 아들의 집으로 들어가서 손주와 함께 살기로 합니다. 다시 혼자 외로운 밤을 보내던 루이스는 제이미가 좋아하는 기차놀이 장난감과 함께 에디에게 휴대폰을 보냅니다. 그리고 어느 날 밤 기다리던 에디의 전화를 받은 루이스는 그녀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나의 미래 그리고 우리의 미래
영화의 주인공 에디와 루이스는 오래전에 남편과 부인을 보내고 홀로 살고 있습니다. 잘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이웃으로 얼굴은 알고 있는 사이였습니다. 그런 애매한 관계임에도 문을 두드리고 갑작스럽게 이런 제안을 하는 에디의 용기는 과연 어디서 왔을까 싶었습니다. 사실 에디의 용기는 마지막에 루이스와의 함께하는 삶을 포기하고 아들을 선택하는 장면에서도 느껴졌습니다. 주체적으로 삶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지는 그녀의 꼿꼿함을 닮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처음 루이스에게 솔직하게 본인의 감정을 얘기하는 장면은 두고두고 곱씹게 됩니다. 사실 마음은 늙지를 않는데, 우리도 언젠가는 나이를 먹고 어느새 에디와 루이스와 같은 나이가 되테니까요. 에디와 같은 입장이 되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을까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일상과 감정을 나눌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건 영화를 보는 내내 공감하게 됩니다. 요즘처럼 비혼으로 인한 1인 가구가 점점 늘어가는 시대에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다가올 우리의 미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인간의 행복을 위해 관계의 중요성도 빼놓을 수가 없으니까요. 에디와 루이스는 상대방의 결정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점이 닮았습니다. 에디가 루이스를 선택한 이유로 그가 좋은 사람이라고 늘 생각해왔다고 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며 살고 싶지 않다며 일요일 한낮에 가장 화려한 옷을 입고 데이트를 하는 둘의 모습이 얼마나 멋진지 그들은 알고 있을까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깨닫게 되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제인 폰다와 로버트 레드포드
영화의 두 주인공 제인 폰다와 로버트 레드포드는 1967년 영화 '맨발로 공원을'에서 부부로 연기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50여 년이 지나서 다시 연기하는 느낌은 어떨지 궁금한데요. 기자회견에서 로버트 레드포드는 다시 한번 제인 폰다와 영화를 찍길 기대해왔다고 밝혔고, 제인 폰다 역시 그와 영화를 촬영할 때마다 반한다며 20대에 그와 연기를 하고 80이 되어 또다시 연기하는 것은 신나는 일이라며 센스 있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제작자이기도 한 로버트 레드포드는 노년의 관객을 위한 영화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었다고 밝혔고, 이에 제인 폰다 역시 사랑과 연기는 나이 들수록 더 잘할 수 있다며 더욱더 용감해지기 때문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나이는 들었을지 모르지만 둘의 연기는 더욱 깊어졌다는 평이 나오는 걸 보면 그녀의 개인적인 생각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욱 용감해지고 깊어질 두 배우의 연기가 기대되는 영화 '밤에 우리 영혼은'이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