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아무 생각없이 영화 한 편 보고 싶다면
쇼미더머니 6년 개근중인 무명 래퍼 심뻑(학수)은 서울의 작은 쪽방에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며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예선에서 최악의 무대로 탈락을 하고 다시 오고 싶지 않았던 고향 '변산'으로 내려오면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돌아온 고향에서 만난 아버지, 선미 그리고 친구들로 인해 과거의 인연들이 모두 모이게 되고, 다시 도망치고 싶은 학수의 마음과 달리 고향의 인연들은 그를 가만놔두지 않습니다. 그를 짝사랑하는 선미의 전화 한통으로 시작된 고향방문은 첫사랑 미경이와 변태 기자 원준 그리고 용대와의 악연으로 점점 더 길어지고, 그 와중에 아버지와의 관계까지 학수를 뒤흔들게 됩니다. 그러나 정작 학수를 괴롭히는 건 주변 인물들이 아니라 학수 스스로 자신이 아니었을까. 서울이 아닌 변산, 고향에서 학수가 과거의 자신과 뜨겁게 조우하며 싸우고 극복해내는 모습을 보면 우리 모두의 청춘 그 때 모습이 생각나 어느새 응원하게 됩니다. 학수뿐 아니라 나오는 모든 인물들이 그 자체로 사랑스러워 영화를 보는 내내 힐링받을 수 있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영화 한 편 보고 싶은 그런 날. 말을 진짜 맛있게 하는 사랑스러운 그런 영화. 보고 나면 가장 가까운 바닷가에 가서 노을 한 판 때리고 싶어지는 그런 영화. 변산으로 오십시오.
학수를 사랑하는 선미의 사랑스러움
아버지 병원으로 내려온 학수를 만난 선미는 만나자마자 학수 앞에서 김광석의 '그녀가 처음 울던 날'을 냅다 불러버리는데 그 장면만으로도 선미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캐릭터인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과연 감독님의 디렉 그대로였을까 김고은의 해석이었을까 너무 궁금할 정도로 그 장면은 변산이라는 영화 자체를 너무 사랑스럽게 만들어버립니다. 감독님이 선미를 위해 김고은이 증량하기를 바랬다는데 역시 감독님의 신의 한 수 였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응원하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선미. 어딘가에 꼭 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학수가 도둑맞은 그 노트를 알아준 단 한사람. 학수의 온갖 방어기제를 헤치고 그 옆에 있어주는 선미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수가 스스로 깨닫고 극복하고 자유를 얻을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응원해준 선미가 없었다면 그의 청춘이 삶이 엔딩장면처럼 이렇게 반짝반짝 빛날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현재 사랑하고 있는 누군가에겐 선미이고 학수일 우리들. 반짝반짝 빛나는 지금 사랑하길 바랍니다.
김준한의 재발견, 그 선배 기자가 안치홍 선생이었다고?
드라마 '봄밤'과 '슬의'에서 인상적이었던 그 배우가 '변산'의 그 선배 기자라니, 연기가 너무 좋아서 기억에 남는 배우였는데 작품마다 충격적인 변신이 기대되는 배우입니다. '안나'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했다고 하던데 찾아보고 싶은데요. 김준한 배우말고도 변산의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미경이의 새침함과 나른함의 그 경계를 너무 잘 표현한 신현빈 배우와 선미 아버지의 적재적소 코믹 연기는 볼 때마다 재밌었습니다. 물론 모든 랩의 가사를 직접 썼다는 박정민 배우의 연기는 동주에 이어 이준익 감독님이 왜 선택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오래오래 질리지 않고 보고 싶은 배우들이 나오는 무해한 영화라 그렇게 보고 또 봐도 보고싶은 영화인가 봅니다.
노을멍을 때리고 싶은 그런 날
동주, 박열과 함께 이준익 감독의 청춘 3부작 중 가장 유쾌하고 즐거운 영화라고 하는데 지금 현시대의 청춘을 이렇게 찌질하고도 눈물나게 사랑스럽게 그려주어 너무 좋았습니다. 학수와 선미가 노을을 바라보며 폐항이라는 시를 같이 읊을 때는 여기가 힐링 맛집이구나 싶을 겁니다. 노을에 뽀뽀하는 선미를 바라보는 학수와 그들을 보고 엄마미소를 짓는 관객들을 생각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 보고 힐링하길 바랍니다. 언젠가 그 언덕에 앉아 노을멍을 때리고 싶어지는 영화. 문득 생각나면 사랑스러운 그들이 보고 싶어 넷플릭스를 열게 되는 그런 영화. 노을이 너무 예쁜 어느 여름날 변산에 가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봐야겠습니다. 그도 그녀도 이 사랑스러운 영화를 좋아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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