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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상선언, 테러로 포장한 인간성에 대하여

by 루인83 2022.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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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고 항공기 한 대가 활주로를 향해 착륙을 시도합니다.
서운해 할 필요 없어요.. 인간이잖아요..

언제나 사고는 갑자기 닥쳐온다

여기 이유를 알 수 없는 테러리스트가 있습니다. 비행기 테러 예고 영상을 올리고 몰래 자신의 몸 안에 바이러스를 숨겨 항공기에 탑승합니다. 먼가 이상함을 눈치챈 아빠와 딸이 있지만 이미 바이러스는 항공기 곳곳에 퍼진 후입니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서서히 사람들을 감염시키고, 사망자까지 발생시킵니다. 영화는 '왜'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습니다. 테러리스트가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납득할 만한 이유는 찾을 수 없습니다. 영화는 '왜'가 아니라 '어떻게'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유도 모른 채 갑작스러운 사고를 맞닥뜨린 인간들이 각기 어떻게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헤쳐나가는가를 보여줍니다. 영화는 이병헌, 송강호, 전도연, 김남길, 김소진, 임시완 등 유명한 배우들이 대거 나오는데, 그들이 맡은 역할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다들 영화의 한 부분일 뿐 주인공이라고 내세울 만한 캐릭터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이 출연한 이유는 추측컨데 맡은 역할을 별다른 설명 없이 뚜렷하게 보여주는 힘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실제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한데 역할들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면 영화의 방향성이 모호해졌을 것 같습니다. 우선 테러리스트로 분한 임시완 배우는 첫 장면으로 어떤 인간인지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크게 액팅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그의 폭력성은 그렇기에 더 무섭기도 합니다. 테러에 대처하는 국토부 장관 전도연 및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실장 박해준과 가족이 항공기에 타고 있어 홀로 고군분투하는 형사 송강호의 모습이 대비되는 점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부산행의 김의성이 생각나는 비즈니스 승객의 행동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이기에 그럴 수 있지만 인간이기에 그래야 하지 않을까 싶은 선택들이 우리 모두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영화 '비상선언'입니다.         

팬데믹을 떠올리게 하는 묘한 기시감

영화는 바이러스라는 매개체 때문에 팬데믹을 떠올리게 합니다. 사실 팬데믹 이전에 기획된 영화라고 들었는데 영화는 현재 우리가 겪어 왔던 팬데믹 상황과 많은 점이 비슷합니다. 단지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에만 매몰되어 자국민의 입국까지 무조건 막아야 된다는 사람들, 크루즈선에 감염된 사람이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염될 때까지 내륙에 내리지 못하게 막았던 조치들 등 영화를 보면서 그동안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게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정작 무서웠던 것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인간성을 잃어버리는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코로나 시국 초반에 우리들이 보인 모습은 어땠었는지 이제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항공기에 타고 있는 것은 바이러스 덩어리들이 아니라 우리 국민 150명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더욱이 원해서 걸린 것도 아닌 이유도 모르고 당한 사고였고, 그건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은 합리적인 선택만을 따지고, 책임질 것을 두려워하며 시간을 지체합니다. 그 안에 인간이 있음을 잊어버린 듯합니다. 타국인 미국과 일본의 착륙 불허는 그렇다 쳐도 자국민의 착륙을 막는 시위대들을 보며 우리도 그러진 않았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부기장 김남길이 그런 시민들에게 서운해할 필요 없다고 하는 장면과 파일럿 이병헌의 인간이기에 이해한다며 인간이기에 선택할 수 있다는 장면은 스스로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될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 언급된 인물들 외에도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보여주기 때문에 영화는 몰입도가 매우 높습니다. 기대치가 낮아서인지 생각보다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단지 이병헌의 캐릭터와 엔딩 즈음의 신파적 요소가 영화의 완성도를 크게 낮추지 않았나 싶은데요.(이병헌의 연기가 아닌 캐릭터를 논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에 파일럿이 필요했음은 이해하지만 결국 과거 본인의 선택이 옳았음을 인정하는 부분에선 이 캐릭터가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큰 비중이었음에도 개연성이 너무 떨어지고, 상황을 대사로 지나치게 설명하는 부분이 관객에게 오히려 역효과가 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가진 방향성이 너무 좋고 그 안의 인간을 그리고 스스로를 들여다보게 하는 점 때문이라도 현재 관객 수 보다는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못 본 분들은 쿠팡플레이에서 독점으로 공개했다고 하니 이용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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