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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포 선셋, 남녀 대화의 바이블이 여기 있었네

by 루인83 2022.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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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을 그대로 옮긴 듯한 프랑스 파리의 어느 거리입니다.
언제쯤 이 사랑스러운 거리를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을까...

내가 가장 사랑하는 비포 시리즈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 비포 시리즈는 94년부터 2013년까지 20여 년간 3편의 영화를 통해 그들의 20대, 30대 그리고 40대의 사랑을 보여주는 연작 영화입니다. 비포 선셋과 비포 미드나잇은 두 주연배우인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직접 각본에 참여할 정도로 배우들도 이 시리즈에 푹 빠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처음 비포 시리즈를 접한 건 비포 선라이즈가 아닌 비포 선셋이었고, 이후 선라이즈를 봤는데 선셋의 감성을 넘지는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짧지만 강렬했던 첫 만남 이후 10여 년이 지난 후였지만 여전히 서로를 그리워하는 두 사람의 감정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대화를 보면 그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영화는 10년 후 두 사람의 얘기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제시가 파리에서 작가와의 대화를 진행하면서 시작됩니다. (첫 장면의 서점이 그 유명한 세익스피어 앤 컴패니입니다. 이 기억으로 파리 여행 중에 들러 비포 선셋 원서를 기념품으로 사 왔었죠.)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되면서 비포 선라이즈의 장면들이 지나가는데 스스로의 20대도 생각이 나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반짝반짝하던 그 순간에 대한 안타까움도 느껴졌습니다. 물론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는 나이 들수록 더 멋있어지는 느낌이 드네요. 당시에는 두 사람이 저보다 나이가 많았는데 이제는 동생이 되었다는 게 다른 점이긴 합니다. 다시 보니 영화 초반 제시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질 않고 다시 한번 셀린느에게 반해버린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네요. 유람선에서 자신의 마음을 먼저 솔직하게 꺼내 보인 셀린느와 그에 불행한 자신의 결혼생활을 얘기하는 제시의 대화는 두 사람의 관계를 더욱 안타깝게 합니다. 10년이 지나서야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 기회였는지 가슴 아프게 깨달은 두 사람의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마지막으로 셀린느가 제시에게 불러주는 왈츠는 더 이상 제시의 마지막 남은 이성을 끊어버린 느낌이네요. 어느 누가 셀린느의 이 노래를 듣고 참을 수가 있을까요? 셀린느의 노래는 고백을 넘어 지난 10년 동안 제시에 대한 셀린느의 유일한 사랑을 압축해서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두 사람이 이어지는지 헤어지는지 보여주지 않지만 관객은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헤어지더라도 그들은 언젠가는 함께할 수밖에 없는 사이라는 걸 말입니다.  

여행자들에게 환상을 품게 한 문제작

홀로 여행자들에게 너무나 많은 환상을 품게 하고 설레게 한 비포 선라이즈는 비포 선셋과 비포 미드나잇이라는 미래를 보여줌으로써 여행지에서의 한 순간의 치기어린 사랑이 아닌 인생에 단 한번 일어나는 확신이 되는 그런 사랑으로 만들어 보여줍니다. 실제 여행지에서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는 어디에도 없지만, 여행을 하는 설렘에 그들의 영화가 끼친 영향은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영화는 두 사람이 아름다운 거리를 걸으면서 나누는 대화가 대분분을 차지합니다. 대화는 중반 이후 어느 누구랄 것 없이 서로에 대한 마음을 숨기지 않고 보여줍니다. 이렇게 끊임없이 대화가 통하는 이성을 만나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들이 20여 년이 넘게 함께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화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미드나잇에서 심각한 말다툼 후에 서로에게 다가가서 대화하며 풀어지는 두 사람을 보며 서로의 방어기제가 비슷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인연이 이어지려면 말입니다.    

Let me sing you the waltz

엔딩장면에서 줄리 델피가 직접 부른 A walts for a night의 첫 소절입니다. 지난 10년간 간직한 제시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어 너무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느낌이 드는 곡입니다. 제시도 셀린느를 사랑하지만 그의 현재 위치에서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으나 이 노래를 듣고는 정신을 차리게 됩니다. 아니 오히려 정신을 놓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시가 한 발자국 나아가 올라가서 노래 한 곡만 불러달라고 해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역시 역사는 앞으로 한 발자국 나아가는 것부터 시작인가 봅니다. 혹여 엔딩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면 미드나잇을 연달아 보시길 바랍니다. 그리스의 아름다운 풍경과 셀린과 제시의 현재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영화가 궁금하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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