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아는 게 중요해요
장엄한 장례식 행진곡이 오프닝곡으로 깔리며 영화감독의 급작스런 죽음으로 영화는 시작합니다. 그로 인해 한 순간에 직업이 없어진 찬실은 뷰가 좋은 아주 높은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지만, 그래도 후배들과 친구가 있어 위로가 됩니다. 그러다 친한 배우 소피네 가사도우미로 취직하게 되고, 그곳에서 소피의 불어 선생님이자 인터스텔라가 취향인 영화감독 영이도 만나며 설레는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너무 말이 잘 통하는 영이의 다정함과 세심함에 빠진 찬실이 현실을 잊고자 과속을 하긴 하지만 결국 영이와도 좋은 친구로 남게 되죠. "평생 영화 하나만 보고 살아왔는데 이제 영화 없이 잘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찬실에게 중간중간 나오는 집주인 할머니의 툭 던지듯 마음을 울리는 위로는 찬실이 살아가는 데 힘이 됩니다. 또한 찬실이 힘들 때 생뚱맞게 팬티바람으로 나타나 그녀를 가만히 위로하는 장국영. "그 남자랑 친구로 지내도 좋지 않아요? 왜 꼭 사귀어야 돼요?" 하면서 찬실이 방으로 무작정 들어오는 그만의 위로에 웃음 짓게 되고, 찬실이 원하는 답을 찾으며 찬실의 곁을 떠날 때는 가지 말라고 붙잡고 싶어지기까지 합니다. 그가 집주인 할머니의 죽은 딸의 방에서 찬실에게 하는 "자기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모르는 게 진짜 문제죠"라는 대사는 우리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아 두고두고 곱씹어 보게 됩니다.
사람도 꽃처럼 다시 돌아오면은 얼마나 좋겠습니까
어릴 때 여자가 글 배우면 바람난다며 학교를 못 갔다며 주민센터에 다니며 한글을 배우는 집주인 할머니는 숙제로 시를 써오라고 했다며 난감해합니다. 아무거나 써도 되지만 아무렇게나 쓰라고는 안 했다는 똑 부러지는 찬실은 할머니가 시를 쓰는 걸 돕습니다. 맞춤법이 하나도 맞지 않는 할머니의 시를 보곤 엉엉 울어버립니다. 찬실은 왜 시를 보고 울었을까? 집주인 할머니는 딸을 먼저 하늘로 보냈습니다. 딸이 꽃처럼 돌아오면은 얼마나 좋을까요. 인생은 한 번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다시 돌아가 제대로 한 번 해보고 싶다고 꽃처럼 다시 돌릴 수 있는 인생은 없습니다. 현실이 찬실에게 할머니에게 매몰차도 삶은 흘러갑니다. 찬실은 할머니들은 다 안다고 합니다. 사는 게 뭔지 말이죠. 그걸 이미 알고 있음에도 시에 담은 할머니의 진심 어린 한 구는 찬실에게 어떤 감정을 가져다준 것일까요? 찬실에게 할머니가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장면이었습니다. 실컷 울어버리고 뿌옇던 앞이 점차 해소되며 정리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바로 다음 장면에서 알 수 있는데요. 찬실은 버리려고 내놓았던 영화와 관련된 서적들을 다시 가지고 들어오는데, 찬실이와 장국영이 나란히 책을 들고 들어와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당연하게 정리하는 이 장면은 제가 가장 애정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목이 말라서 꾸는 꿈은 행복이 아니에요
"사는 게 뭔지 진짜 궁금해졌어요. 그 안에 영화도 있어요. 그리고 고마웠어요. 오래오래 기억할게요."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 같은 그 말은 그녀의 앞으로의 날들이 너무 기대되기에 충분합니다. 영화 개봉 당시 많은 찬실이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큰 사랑을 받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영화는 우리의 찬실이들에게 답을 주지 않습니다. 우리들 각자에게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위로를 할 뿐이죠. 그리고 우리 모두는 알고 있습니다. 답을 원하는 게 아니었단 걸 말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답이 보이지 않는 일이든 사랑이든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감독님의 따뜻한 마음이 영화를 볼 때마다 느껴집니다. 사는 게 뭔지 비로소 진짜 궁금하다는 찬실이처럼 필자의 앞으로의 날들도 궁금해집니다. 그 안에 영화 리뷰를 하는 필자도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으면 하고 바라며 시작한 필자의 티스토리의 앞날도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읽어주신 분들 모두 모두 고맙습니다. 저도 오래오래 기억하겠습니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지만 늘 행복하시길 마음으로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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