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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17. 2022년에도 전쟁은 일어나고 있다

by 루인83 2022.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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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에 큰 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나무에 기대어 낮잠자던 스코필드와 블레이크가 생각납니다.

어린 병사 둘에게 1600명의 아군 목숨이 달려있다면?

영화는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 4월 6일 한가롭게 낮잠 자던 영국군 병사 블레이크와 스코필드는 갑작스러운 미션을 부여받습니다. 데번셔 연대 2대대에 내일 오전 공격을 중지하라는 명령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독일군이 철수했다고 생각한 메켄지 중령이 아군 1600명을 데리고 독일군 철수 병력을 추격하겠다고 했으나 그건 독일군의 함정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철수한 독일군이 통신선을 모두 끊고 가는 바람에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이것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하필 블레이크에게 이 중대한 임무를 맡겼다는 점인데요. 그 이유는 데번셔 연대 2대대에 블레이크의 친형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가족의 생사가 걸린 일에 목숨 걸고 임무를 수행할 것임은 당연한 일이니까요. 블레이크는 그렇다 치고 스코필드까지 옆에 있었단 이유로 이 위험한 여정에 함께하게 됩니다.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전쟁터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두 병사의 여정엔 아군 적군 할 것 없이 넘쳐나는 시체들이 전쟁의 참혹함을 대신 보여줍니다. 영화 초반의 급작스런 블레이크의 죽음도 어찌 보면 전쟁이란 것이 바로 이런 것이라는 걸 보여주는 듯합니다. 너무나 어린 블레이크의 죽음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요? 그의 죽음을 곁에서 함께한 스코필드는 잔인한 운명 앞에서도 그의 유언이자 명령을 위해 멈출 수가 없습니다. 과연 스코필드는 이 미션을 성공하고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을까요? 해피엔딩이기만을 바라며 보게 되는 영화 1917이었습니다.

영국의 유명한 배우들이 대거 나온다고?

영화의 두 주인공은 우리에게 그렇게 잘 알려진 배우들은 아니었지만, 영화 중간중간에 국내에도 매우 익숙한 배우들이 대거 나옵니다. 영화 초반에 에린 무어 장군으로 콜린 퍼스가 나오면서 시작되는데, 그의 존재만으로도 그들이 받은 미션이 얼마나 중요하고 무거운 것인지 관객들을 설득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임무를 수행하러 최단 전선 앞까지 간 그들은 그 전날 죽은 스티븐슨 소령 대신 레슬리 중위를 만나게 되는데, 그의 첫 대사를 듣는 순간 반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 나른하고도 심드렁한 저음의 "What is it? 은 역대 등장 씬 중에서 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었습니다. 서론이 길었는데요. 바로 우리에겐 영드 '셜록'으로 잘 알려진 엔드류 스캇입니다. 셜록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매 순간 죽음을 겪고 있고 전쟁에 진절머리가 난 중위 역을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연기합니다. 그 짧은 출연에도 존재감을 뿜뿜하는 그의 연기는 1917에 나온 배우 중 단연코 최고라고 할 것입니다. 블레이크의 황망한 죽음 후 스코필드를 도와주던 장교가 바로 마크 스트롱이었다는 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입니다. 스코필드에게 메켄지 중령을 만나면 모두가 보는 앞에서 명령을 전달하라는 아주 귀한 꿀팁도 전수해줍니다. 마지막으로 싸움을 원하는 사람인 메켄지 중령으로는 베네딕트 컴버비치가 나오는데 순간 환호가 들리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영화의 마지막을 정리해주는 그의 존재감은 영화를 더욱 묵직하게 해 줍니다.

마치 전쟁의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느낌

1917은 One Continuous Shot이란 촬영 기법을 사용했는데 씬을 나눠 찍은 후 이를 다시 붙여 마치 한 장면처럼 보이게 하는 기법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 마치 원테이크로 찍은 것 같아 주인공에게 더욱 몰입하게 됩니다. 젊은 병사들이 얼마나 힘든 상황에 있었는지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직접 느끼게 하고 싶어 이러한 촬영 기법을 택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마치 전쟁의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집니다. 특히 초반에 엊그제까지만도 독일군에 의해 아군이 수십 명 죽었던 전선 위로 올라 철조망을 지나 시체더미인지 웅덩이인지 모를 곳을 헤쳐가는 장면은 마치 두 명의 병사와 함께 수색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그리고 2대대에 도착했지만 이미 시작된 공격을 멈추기 위해 포화 속으로 올라가 메킨지 중령을 찾기 위해 전력을 다해 달리는 장면은 가히 압권입니다. 역사 영화지만 꼭 역사가 아니더라도 전쟁을 간접 체험한다는 관점에서 한 번쯤 보면 좋을 영화 1917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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